2014년 3월 10일 월요일

2014년 3월 26일에 시험을 볼 친구들에게


해가 갈수록 한국어 bac 시험을 치는 학생들 가운데
프랑스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3년 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들이 맘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시험의 난이도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출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오늘은 한국어를 배운 지 3년이 채 안 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페라 한글학교나 빅토르 뒤리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독학으로 혹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입시를
준비 중인 교민 학생들도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어 bac 문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 글(지문)을 읽고, 학생이 그것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문제
2) 글(지문) 가운데 일부를 불어로 번역하게 하는 문제
3) 글(지문)과 관련하여 문제를 주되, 학생 개개인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한 문제 (이 경우, 정해진 답이 없음)

1)번은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입니다.
답은 지문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문을 잘 읽기 바랍니다.

자, 지문을 잘 이해했고, 답을 안다고 합시다.  그런데 아직 한글 맞춤법에
서툴다면요? 그렇다면 지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쓰시는 것도 요령입니다. 
무리하게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다가 더 감점되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bac은 언어 시험이므로 맞춤법에 맞게 글을 작성해야 함을 잊지 마세요.
(물론 한국어에 자신있는 학생이라면 자기 표현으로 바꾸는 게 유리할 것입니다.)

2)번은 한국어를 잘 이해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단어는 시험지 안에 불어로 안내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요.
안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문맥(contexte)을 파악하여
모르는 단어의 뜻을 최대한 상상해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설령 예상한 단어가 그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요.
아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면 감점을 줄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3)번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푸는 문제입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서는 실력 발휘를 해야 합니다. 가장 배점이 높은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의외로 짧게 작문을 끝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없더라도
한두 줄로 작문을 끝내지는 마세요. 제 생각에 이 문항은 개인의 경험과
사고의 깊이도 중요하지만요. 학생의 성의가 반드시 필요한 문항입니다.

자, 그럼 여러분이 갈고닦은 한국어 실력을 맘껏 보여주세요!












2013년 3월 20일에 있었던 한국어 bac 기출문제

                                                      외딴방 (신경숙)

                                                                                                                                    

음식을 만들 때만 아버지는 남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 순간, 나는 글을 쓰는 게 행복하다.


음식을 만들 때만 아버지는 남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쓰면서 행복을 느낀다. 아버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가족 중에 나뿐일 것이기에. 내가 이렇게 아버지를 표현해놓은 걸 어머니가 아시면 내게 눈을 흘기실 것이다. 아버지가 음식을 만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흉보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농촌 생활로 간주되는 우리 가족의 생활방식의 좁디 좁은 길을 따라가본다. 그 속에서 나는 의아함을 느낀다. 어느 때나 나는 우리 가족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부유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가난하지도 않다. 엄마는 명절 때면 늘 옷을 장만해 두었다가 꺼내주었고(명절 때 새옷을 입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운동화를 사주었으며(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를 들판에 나오지 못하게 했으며(들판에서 얼굴을 그을려가며 일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떻게든 우리 모두를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다시 그 위의 상급학교에 보내려고 했다(초등학교만 다니고 있던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에게 터무니없이 손이 크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분수를 모른다는 말도. 그러나 어쨌든 그러한 것들을 해주려고 하는 것이 엄마의 행복의 조건이었으며 엄마는 어지간해서는 그걸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절망시킨 건 언제나 나였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려 하자 둘째 오빠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등록금은 일인분뿐인 속에 내가 놓여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도 엄마는 나를 학교에 보낸다. 엄마의 손에 끼여 있던 단 하나뿐인 반지를 팔아서. 내가 고등학교를 가려 하자 이제 셋째 오빠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고, 여동생이 중학생이 되려 한다. 큰오빠는 고민 끝에 나를 서울로 데려가야겠다고 말한다. 어차피 다른 동생들이 서울로 대학을 오면 일찍 터를 잡아두는 게 나으니 나와 살림을 살아야겠다고… 큰 오빠는 겨우 스물셋의 나이로 엄마의 행복의 조건들이 일찍 무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ÉPREUVE FACULTATIVE QUESTION : 20 points

I. Compréhension de l’écrit : 10 points

1. 화자는 ‘내가 이렇게 아버지를 표현해놓은 걸 어머니가 아시면 내게 눈을
   흘기실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 생각할까요?

2. 화자는 왜 화자의 가족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3. 화자의 어머니는 어떻게 화자를 중학교에 보냅니까?

4. ‘이 순간’부터 ‘하시면서’까지 불어로 번역하십시오.


II. Expression écrite : 10 points

5. 큰오빠는 화자를 ‘서울로 데려가야겠다’고 합니다. 큰오빠와 엄마의 대화를
    상상해서 쓰십시오.(대사 15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