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음식을 만들 때만 아버지는 남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 순간, 나는 글을 쓰는 게 행복하다.
음식을 만들 때만 아버지는 남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쓰면서 행복을 느낀다. 아버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가족 중에 나뿐일 것이기에. 내가 이렇게 아버지를 표현해놓은 걸 어머니가 아시면 내게 눈을 흘기실 것이다. 아버지가 음식을 만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흉보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농촌 생활로 간주되는 우리 가족의 생활방식의 좁디 좁은 길을 따라가본다. 그 속에서 나는 의아함을 느낀다. 어느 때나 나는 우리 가족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부유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가난하지도 않다. 엄마는 명절 때면 늘 옷을 장만해 두었다가 꺼내주었고(명절 때 새옷을 입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운동화를 사주었으며(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를 들판에 나오지 못하게 했으며(들판에서 얼굴을 그을려가며 일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떻게든 우리 모두를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다시 그 위의 상급학교에 보내려고 했다(초등학교만 다니고 있던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에게 터무니없이 손이 크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분수를 모른다는 말도. 그러나 어쨌든 그러한 것들을 해주려고 하는 것이 엄마의 행복의 조건이었으며 엄마는 어지간해서는 그걸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절망시킨 건 언제나 나였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려 하자 둘째 오빠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등록금은 일인분뿐인 속에 내가 놓여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도 엄마는 나를 학교에 보낸다. 엄마의 손에 끼여 있던 단 하나뿐인 반지를 팔아서. 내가 고등학교를 가려 하자 이제 셋째 오빠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고, 여동생이 중학생이 되려 한다. 큰오빠는 고민 끝에 나를 서울로 데려가야겠다고 말한다. 어차피 다른 동생들이 서울로 대학을 오면 일찍 터를 잡아두는 게 나으니 나와 살림을 살아야겠다고… 큰 오빠는 겨우 스물셋의 나이로 엄마의 행복의 조건들이 일찍 무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ÉPREUVE FACULTATIVE
QUESTION : 20 points
I. Compréhension de l’écrit : 10 points
1. 화자는 ‘내가 이렇게 아버지를 표현해놓은 걸 어머니가 아시면 내게 눈을
흘기실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 생각할까요?
2. 화자는 왜 화자의 가족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3. 화자의 어머니는 어떻게 화자를 중학교에 보냅니까?
4. ‘이 순간’부터 ‘하시면서’까지 불어로 번역하십시오.
II. Expression écrite : 10 points
5. 큰오빠는 화자를 ‘서울로 데려가야겠다’고 합니다. 큰오빠와 엄마의 대화를
상상해서 쓰십시오.(대사 15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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