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위해서만 오는 진지한 학생은 못 봤습니다. ^^
처음에는 대개 부모님이 등 떠밀어서 오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하기 싫지요. 그러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수업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됩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들과 한국어로 떠드는 것도
재미이고, 위로입니다. 요즘 뜨고 있는 한국 드라마, 아이돌 그룹,
오락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 수다떨 때가 가장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한국은 입시 지옥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는 별천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을 오가며
두 언어를 구사하는 이 아이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요.
의외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한국애가 한국어도 제대로 못한다는 타박을 듣지요.
학교에서는 불어로 말하고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조금만 실수하면 선생님 표정이 대번 너는 한국애이고,
부모님도 한국어만 사용해서 그래,라는 식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뿐이지요.
분명히 태어나고 자란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불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친밀하고, 쉬울 텐데도 학생들은
한국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불어 bac에 도움을 받기 위해 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어려서부터 자기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이곳 친구들에게도
바칼로레아는 만만한 시험이 아닙니다.
모든 과목에서 쓰기는 기본이므로 한국어 bac을 배우면서
특히 불어 bac 스킬을 습득하려는 것이었지요. 가능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불어 bac 문제와 지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푸는 연습을 한 결과, 불어 bac 시험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한글학교의 초중등 과정을 마치고, 이 시험과 무관하게
한국어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 왔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학생에게 한국어 bac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한글학교에 오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한국을 사랑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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