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말 좀 놓으면 안돼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학교 후배나 사회에서 만난 동생들에게도
나는 말을 놓지 못해 괜한 오해를 사곤 했었다.
"따뜻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곁을 주지 않아."
하지만 그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에게도
개인적인 자리가 아닌 경우에는
늘 존대를 하는 편이었다.
어쨌든 만난 지 1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가끔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는데도
여전히 호칭은 누구 씨이니 이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반말은 단순히 말을 튼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 사람과 허물 없이 가까워졌다,라는
친밀감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처럼 한국어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다.
보통 나이가 어린 사람이 윗사람에게 존댓말을 쓴다.
간혹 군대나 학교, 사회에서 나이가 어리지만
선배 격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존댓말로 예우한다.
안 그런 사람도 있었지만 직급이 높다고
나이 많은 직원에게 말을 놓는 사람도 보았는데
그래야 집단의 위계질서가 바로잡힌다는 논리였다.
나는 이런 예외적인 상황들이 한국 사회를
관찰하는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어제까지 누나누나, 하던 친구가
갑자기 우린 일적으로 만났으니 '00 씨'로
호칭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다음,
실제로도 그렇게 해서 황당했던 적이 있다.
호칭, 그리고 반말과 존댓말의 선택에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정서적인 '동의'인데
그 과정이 부드럽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감정이다.
그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아랫사람을 잘 알고, 아랫사람을 존중할 마음이
예비된 경우, 문제될 것은 없다고 여겨지는 게 한국 분위기다.
단,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일 때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처음부터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각설하고, 나의 오랜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문제>
1)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정신도 어리다고 할 수 있는가?
2) 반대로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른스러운가?
3) 존댓말을 사용하면 확실히 친해지는 데 한계가 있고, 서로를 어렵게 느끼게 될까?
4) 반말을 사용하면 금세 친해지고, 가깝게 느끼게 될까?
5) 말은 말뿐이지 않은가? 반말과 존댓말은 형식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신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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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예시답안입니다. 참고하세요.
1) 나이와 정신연령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려도 생각이나 행동이 어른 못지 않게 신중한 아이들이 있다. 반면 "나잇값 좀 해라!"라고 핀잔받는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존재한다. 나이에 맞게 철이 든다면 '어른 아이'나 '애 어른'과 같은 표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기만의 가치관과 목표를 세우는 일과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2) 그렇지 않다. 어른들도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거나 신경질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어른스럽다'는 것이 늘 좋은 것만도 아니다. 내가 아는 이웃 중에는 쉰을 넘긴 아저씨가 한 명 있는데, 그를 볼 때마다 늘 나이를 잊게 된다. 왜냐하면 나와 말이 잘 통하고, 종종 함께 게임도 즐기며, 게임에서 지면 화를 내는 것도 오히려 아저씨 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철 없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통의 근엄한 어른들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좋다.
3)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벽'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말은 내용 전달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대화자들 사이에서 친밀감을 나타내는 도구로도 쓰인다. 만약 편한 사이라면 말을 트고, 좀더 편하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존댓말을 사용하다 보면, 행동도 함께 조심하게 된다. 단어를 잘못 선택하지는 않았는지, 그것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나빠 하지는 않을지 작은 것 하나도 신경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존댓말을 쓰는 사람과 농담을 못하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예의를 갖춰 말해야 하므로 함께 웃더라도 크게 웃기는 힘들 것 같다.
4) 보통은 그렇지만 이것에도 조건이 있다. 예를 들어 한두 살 차이가 나는 사이라고 하자. 처음 만나서 아직 친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존댓말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이가 같은 친구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런데 억지스럽게 반말부터 하게 되면, 말은 편한 형식을 띠는데,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먼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불편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더 친해지고 나서 누구랄 것도 없이 반말로 이행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5) 형식을 갖춰 말하는 것이 곧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른에게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 것이 좋고, 예의를 갖추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부모님께 반말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을 무시하거나 상처주는 말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어머니에게만 반말을 사용해왔는데, 종종 내가 생각하기에도 심하다고 느끼는 날이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꼭 어머니를 내 친구나 아랫 사람처럼 대한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존댓말을 사용하게 되면 조금은 조심하게 되는 것 같고, 이런 실수는 덜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존댓말을 사용하지만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것 역시 별 소용이 없다고 본다. 내용, 즉 '마음'을 담은 형식으로 존댓말을 구사할 때, 아름다운 대화도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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