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A: 토요일에 우리집에 와, 같이 갈비 뜯자!
B: 밖에서 먹지, 뭘 번거롭게..
A: 굽기만 하면 돼!
A: 언니, 사골국 할 건데, 집에 오세요.
B: 사골국이라.. 말만 들어도 고마워!
A: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는데요, 뭘..
# 2.
A: 주말에 뭐해?"
B: 특별한 일 없는데?"
A: 그날 갈비할 거야. 우리집에 올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Si tu veux..)
A: 사골국할 건데, 집에 올래?
B: 별일은 없는데.. 글쎄..
A: 네가 원하는 대로 해.(Comme tu veux..)
# 1의 대화를 프랑스 식으로 고치면 # 2가 될 것이다.
식사 초대를 받았는데, 같은 한국 사람이
'네가 원한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라고
마지막에 토를 달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뭐야, 초대할 맘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더러는 이렇게 헷갈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간되면 와." 정도의 말은 한국 사람들도 곧잘 한다.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는 식의 표현은
잘 하지 않는 것이 아직까지, 한국적인 정서인 것 같다.
물론 프랑스 사람들이 습관처럼 덧붙이는
'Si tu veux'(네가 원하면), 'comme tu veux'(네가 원하는 대로),
'Si tu es d'accord'(네가 동의한다면)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마음이 차갑거나 인정이 덜해서가 결코 아닌 것이다.
초대하는 주체는 나지만 초대받는 사람이 초대에 응할 것인지
아닌지는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방 스스로 선택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언어에도 저런 식으로
반영되었다고 보여진다.
상대방이 행여라도 부담을 가질까봐,
음식 준비의 번거로움을 가볍게 표현하는
한국 사람들이나 상대방이 초대에 좀더 편한 마음으로
응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프랑스 사람들이나
표현은 달라도 배려는 배려인 것이다.
<문제>
1. 한국인들은 손님을 초대할 때 곧잘 “숟가락 하나만 놓으면 돼.”라고 말하곤 한다. 이 문장에 담긴 내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2. 프랑스는 ‘개인주의’가 잘 발달한 나라이다. 여러분들도 종종 이런 생각을 하는가? 언제 이렇게 느끼는지 여러분이 경험한 사례와 그때의 느낌을 적어보자.
3. 한국과 프랑스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위 글을 참고하여 여러분의 생각을 발전시켜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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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예시답안입니다. 참고하세요.
1. 이 문장을 표면적으로 이해하면,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이미 차려진 밥상 위에 손님 숟가락 하나를 놓는 정도의 일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인들이 으레 하는 말이고, 실제로는 아무리 간단하게 음식을 차린다고 해도 초대하는 입장에서는 시간과 수고가 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손님이 부담 없이, 자기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오도록 먼저 배려하기 위해서이다.
또는 정말 친한 사이여서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편한 관계인 경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2.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자주 몰려다니고, 뭐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모여 먹는 것이 우리 또래에서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친구들 중에는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고,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특히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 있으면 외롭지 않으며, 굳이 주변 사람과 함께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는 투다. 또 각자 먹은 것만 계산하는 '더치 페이' 습관도 개인주의의 소산인 것 같다. 그게 깔끔하고, 또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오늘은 내가 한턱 쏠게!"라고 말하는 한국식이 그립다.
3. 위 글에서도 나와있는 것처럼 한국과 프랑스 모두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방식이나 정도의 차이는 약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어떤 사람을 초대할 때 "꼭 와야 해.", 혹은 "웬만하면 꼭 와."라고 힘주어 말한다. 듣는 입장에서는 때때로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말은 친할수록, 또 상대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많이 하는 표현이므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호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도 온다. 그럴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거절하기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프랑스식 배려는 다소 딱딱하고, 느슨하다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주는 편이므로 짧게 이유를 설명하면 금세 수긍을 하는 식이다. 나는 한국인의 인정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거절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면, 프랑스식 배려를 떠올리게 된다. 반대로 누가 나에게 한 번만 음식을 권하고 말면, 괜히 섭섭한 것이 나도 영락없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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