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6일 월요일

한국어 bac 응용문제 5

* 먼저 아래 동영상을 보신 후, 지문을 읽어주세요. ^^


http://www.dailymotion.com/video/xhri0m_maroc-un-pays-qui-fait-grandir-l-ame_travel



프랑스에 와서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가 광고다.
더 이상 카피를 쓰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직업병처럼
카피를 읽는 버릇이 남아 있다. 특히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불어 공부한다 셈치고, 열심히 카피를 읽었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카피를
관철시키지 못한 일이 많았다. 상사의 반대, 회사에서는 Ok했지만
광고주의 막판 거부로, 혹은 스스로의 검열 때문이었다.
분명한 것은 '여기까지는 되고, 여기서부터는 위험해'라는
구분과 한계를 두지 않았을 때 가장 맘에 드는 카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의
그림을 패러디한 듯한 광고가 보였다. 모로코 여행 상품 광고였다.
카피가 놀라웠는데 'Il y a des pays qui font grandir l'âme'였다.
해석하면 '영혼을 자라게 하는 나라가 있다'가 될까?
사실 여부를 떠나 카피는 신선했다.
적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는
최상급은 피했으니까..
이미지와 카피의 조합에서 오리엔탈리즘
징후를 읽었지만 지면 광고였기 때문에 넘어갈 만했다.

그리고 며칠 전, 극장에 갔다가 동영상 광고를 보았다.
한 남자가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전통차를 맛보고,
장인의 솜씨를 지켜보고, 야시장을 내려다본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하고, 사막의 모닥불 아래서
삶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도 나눈다.
얼마나 환상적인가.
미지의 땅에 대한 동경, 그 세계가 나에게  열어보여주는 호의,
거기에 화답하듯 나를 맡기는 여유, 더욱이 낯선 곳에서의 깨달음,
새로운 만남의 설레임까지.. 완벽하다.
이 광고는 정말이지 성공한 광고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편했다.
전에 보았던 케냐 여행 상품 광고까지 떠오르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을 아름답게만
보고 넘길 수가 없었다. '주인공'인 여행자는
어딜 가나 환대를 받는다. 그 땅에 살아도
여전히 '조연'이고, 이 여행자를 '뫼셔야' 하는 현지인들은
이 여행자를 위해 기꺼이 춤을 추고, 꽃다발을 안겨주고,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여행자의 가이드 겸 친구가 되어
아낌없이 헌신한다. 여행자와 현지인의 관계는
스타와 그를 둘러싼 팬처럼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피상적이다. 어쨌거나 여행을 마칠 즈음, 이 여행자의
영혼은 크게 자라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 불편함은 이 점에서 비롯됐다.
이건 누구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광고인가?

이 행복한 여행자들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알아챌 수 없을 것이다. 도시 한 쪽의 불안한 치안,
점점 높아지는 실업률과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안,
몇 년 전, 이 땅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기나긴 가뭄과 빈곤,
점차 전통이 사라지고, 대자연은 신음하고 있음을..
아프리카의 대부분 땅이 그러했듯이 이 두 나라도
유럽의 식민지였고, 식민지 정책에 따라 동화됐던 것을..
알지만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카피 : 광고 문구

* 오리엔탈리즘 : 원래 동양의 언어, 문화, 종교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하다가 서서히 '서구인의 눈으로 본 동양의 모습'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됨. 동양을 서양보다 열등하게 보는 태도는 물론이고, 동양에 대하여 신비롭게 생각하고, 동경하는 것도 오리엔탈리즘의 범주에 들어감.

* 뫼시다 : '모시다'의 옛말.

* 치안 :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림. 또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ㆍ보전함.

* 동화 : 서로 달랐던 것이 비슷하게 닮아가는 것.



<문제>

1. 지은이가 모로코 여행 상품 광고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





2. 밑줄 친 부분은 모로코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내용을 넣었을까?






3. 평소 광고에 대하여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써보시오.(광고의 목적, 역할, 내용, 형식 등에 대해서 폭넓게 생각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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