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5일 수요일

한국어 bac 응용문제 소설 편 2와 예시답안

뉴욕제과점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수록작품)
                                                                                                            김연수(2002)


 내가 아는 한 마지막 기회가 뉴욕제과점에 찾아왔다.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주창할 때만 해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는데, 파리크라상이나 크라운베이커리 같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빵집이 그 작은 도시에도 생기고 나서야 우리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봐도 그런 가게에서 파는 빵과 비교해 뉴욕제과점의 빵은 형편없었다. 뉴욕제과점과 함께 빵 장사를 시작했던 다른 가게들이 하나둘 파리크라상이나 크라운베이커리 같은 가게로 바뀌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그러나 뉴욕제과점은 꿋꿋하게 1980년대풍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이젠 더 이상 새롭게 바뀔 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뉴욕제과점은 우리 삼남매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필요한 돈과 어머니 수술비와 병원비와 약값만을 만들어내고는 그 생명을 마감할 처지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팔지 못해서 상한 빵들을 검은색 봉투에 넣어 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고는 했다. 예전에는 막내아들에게도 빵을 주지 않던 분이었는데, 기레빠시(빵 부스러기)도 버리지 않고 먹던 분이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처참했다. 어차피 인생은 그런 것이었던가? 어머니의 자존심은 빵을 팔지 못해 버린다는 사실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비닐봉투에 꽁꽁 묶어서 버리는 정도로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도 집 잃은 고양이들이 빵 냄새를 맡고 쓰레기 봉투를 죄다 뒤져놓아 청소차가 다니는 새벽이면 가게 앞 거리에 빵 봉지가 난무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가게를 그만두겠다는 말만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말한 것처럼 어느 해 여름에는 빙수를 얼마나 많이 팔았었는지,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얼마나 많이 팔았었는지, 어떤 기술자가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 그런 말씀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도 당신이 문을 연 뉴욕제과점이 이제 그 생명을 다했다는 사실을 납득하는 것 같았다. 그런 사실을 납득하는 게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그해, 처음으로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던 어느 날 고향에서 전화가 왔다. 뉴욕제과점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 소식이었다. 새로 인수한 사람은 그 자리에 기차 승객들을 상대로 한 24시간 국밥집을 차린다고 했다. 나는 잘됐다고 말했다. 뉴욕제과점이 문을 열 때도 나는 거기에 없었는데, 문을 닫을 때도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 나는 국밥집이 된 뉴욕제과점 자리를 상상해봤다.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뉴욕제과점은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 중략 -
 사탕을 넣어둔 유리항아리 뚜껑을 자꾸만 열어대는 아이처럼 나는 빤히 보이는 그 불빛들이 그리워 자꾸만 과거 속으로 내달았다. 추억 속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그 불빛들의 중심에는 뉴욕제과점이 늘 존재한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뉴욕제과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 세계화 : 세계화(Globalization)란 국가 및 지역 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이 제거되어 세계가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되어 나가는 현상을 말함.


<문제>


1. 어머니가 빵을 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2. 뉴욕제과점이 문을 닫은 이유는 무엇인가?




3. 밑줄 친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학생 나름대로 생각을 발전시켜 보시오.










4. 뉴욕제과점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세계화의 폐해(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적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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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예시답안입니다. 참고하세요. 

1. 제과점의 장사가 안 되어 팔다 남은 빵을 주기적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이웃들이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싫어 검은 비닐 봉투에 빵을 넣어 버렸다. 

2.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다른 빵집들이 발빠르게 대형 빵집 체인점으로 모습을 바꾸는 동안, 뉴욕 제과점은 옛날 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체인 빵집들이 화려한 외관과 인상적인 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면 뉴욕제과점은 어떤 새로운 시도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도태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3. 우리가 어떤 장소를 기억할 때 떠올리는 것은 건물의 모양새나, 위치, 혹은 주변 풍광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어떤 장소가 특별하다면 그것은 그곳과 관련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추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장소는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뉴욕제과점에서 태어나 성장한 주인공이 물리적으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그곳에 대하여 고마움과 향수를 간직하고 있듯이 말이다. 

장소가 단순히 사람이 거하는 곳이라면 우리가 그 장소를 오래도록 추억하겠는가? 장소는 언제든지 용도 변경이 가능하고, 심지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노인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노인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 풍경을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기억과 추억은 차원이 다르다. 기억은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뇌리 속에 남는 것이라면 '추억한다'는 것은 매우 의식적이고 의지적인 행위이다. 추억은 설령 그 장소가 사라지더라도 결코 약해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가 추억을 질리도록 꺼내보고, 의식 안에서 언제든 추억의 장소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4. 세계화가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부의 분배에 있어서 공평하지 않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하게 되는 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점이다. 뉴욕제과점은 지역의 빵집으로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의 경쟁 논리에 맞춰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그 결과 퇴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대신 지역 사회에는 비슷비슷한 대형 빵집 체인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뉴욕제과점의 빵을 좋아해도 살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기준, 하나의 정해진 틀에 억지로 끼워맞출 것을 요구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소규모이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뉴욕제과점과 이웃 빵집들이 문을 닫거나 대기업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생명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계화의 이면, 그 폭력성 때문이라고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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