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0일 금요일

한국어 bac 응용문제 소설 편 1과 예시답안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수록작품)    김애란(2005)
 

그녀는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마자 유선을 끊은 것에 대해 죽도록 후회했다. 리모컨을 만지는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고사하고, 갑자기 아버지와 ''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색함. 그 침묵. 저 알 수 없는 표정. 그녀는 아버지의 표정이 새벽에 중계되는 게임 방송처럼 느껴졌다. 벌레처럼 생긴 작은 기계들이 쉴 새 없이 기어다니며 원석을 실어나르고, 무언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으나 알 수 없는 해설과 열광이 외계어처럼 다가오던 그 낯섦. 진지한 게이머의 얼굴을 보며, 저 사람과 자신은 절대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던 그 이상하면서도 생경했던 새벽. 그러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않고 그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때. 그녀는 약 한 시간 동안 아버지와의 숨막히는 어색함이 불편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아버지,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버지들은 이런 때 어떤 말을 했던가를.’ 그녀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그녀가 스위치를 껐을 때, 아버지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A. 그녀는 갑자기 들이닥친 고요 속에서 더 많은 잡생각에 시달렸다. 아버지의 숨소리, 침 삼키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마치 모든 소리를 동원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듯, 아버지는 그렇게 그녀 옆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먼저 해명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은 서로에게 싸움을 걸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유선을 끊어버린 것은 어쩐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런 화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몇 년 전 만났던 한 패션잡지의 편집장을 생각했다. 그녀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그 잡지에 수필을 싣는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다. 그녀가 문예에 조예가 깊었다기보다는 단지 돈이 필요했고, 또 그녀가 맡을 꼭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성격의 글이었다. 그녀가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그 편집장은 온화하고 세련된 자세로 그녀를 맞아주었다. 그녀는 교양수업 때 썼던 몇 개의 작품 페이퍼를 놓고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사무실을 나왔다. 편집장은 그때 그녀에게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라고 물었다. 그녀는 어물어물 대답하지 못했다. 편집장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아무개를 좋아한다 말했다. 그 후로 그녀는 잡지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때 나눴던 평범한 대화가 다르게 번역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편집장이 나는 아무개 정도는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퇴짜 놓는대도 그것은 부당하지 않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사람의 온화함에 홀딱 반할 줄만 알았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B. 그녀는 사람들이 A를 그냥 A라고 말하지 왜 C라고 말한 뒤 상대방이 A라고 들어주길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편집장은 아무 의도 없이 질문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중략 - 그런 그녀가 오늘 아버지에게 대뜸 C라는 카드를 던져놓고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다 곧 그녀는 아버지가 방에만 계신 것은 돈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돈이 없을 땐 나가기도 싫고 친구도 만나기 싫지 않았던가. 그녀는 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려볼까 생각했다. 그러면 이불 속에 숨어 있는 저 하반신으로 산책도 하고, 시장도 가고, 훨씬 활동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면 텔레비전도 덜 보게 될 것이고, 그녀도 숙면하게 될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아버지에게 어떤 것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뭔가 받아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용돈을 받은 아버지는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친한 척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주지 않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무언가 해줄 수 있다면 그것도 멋진 복수이지 않을까. 그녀는 텔레비전이 가족 간의 단절을 야기한다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만일 대한민국에 텔레비전이라도 없다면 가족 사이는 더 끔찍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깊고 달콤한 잠을 기대했던 오늘밤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짜증이 났다. 그녀는 우선 다시 잠들어보기로 노력했다. 생각해보니 들어오며 뉴트로지나 크림을 사오는 것을 깜빡했다.
 

<문제>
 
1. 밑줄 친 A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2. 그녀는 사람들이 A를 그냥 A라고 말하지 왜 C라고 말한 뒤 상대방이 A라고 들어주길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라는 문장에 어울리는 예를 하나씩 들어보시오.
 
 
 
 
3. 주인공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어떠한가? 글을 참고하여 써보시오.
 
 
 



4. 텔레비전이 가족 간의 단절을 야기한다는 의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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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예시답안입니다. 참고하세요. 

1. 딸이 텔레비전의 유선을 끊은데다 밤이라는 고요한 상황까지 겹쳐 주변의 작은 소음마저 크게 들린 것이다. 

2. 시험 기간에 일찍 잠들려고 하면 부모님께서 오셔서 "차 한 잔 줄까? 그럼 기분이 나아질 거야."라고 말씀하시거나 평소에는 절대 안 해주시는 어깨 마사지를 해 주신다. 그것은 공부를 더 하고 자라는 무언의 메사지이다. 또한 나의 경우, 친구가 산 옷이 별로라고 생각될 때, "저번에 입은 스타일이 너에게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돌려 말하기도 한다.
3. 가족 관계이면서도 마치 어려운 손님 같은 느낌을 준다. 아버지는 현재 딸의 집에 얹혀사는 모양이다. 한 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으며, 사생활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문제가 있어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오로지 침묵과 상상으로 일관함으로써 부녀 사이는 더욱 어색해지고, 벌어진다. 

특히 딸이 아버지를 보는 심정이 인상적인데, 딸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은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베품으로써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가족을 떠올릴 때 갖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가족, 즉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환상은 여지 없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요컨대 지문에 나온 부녀는 함께 살아도 공유할 것이 전혀 없는, 차갑고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고 있다. 

4. 내가 생각하건대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푸는 가정이라면 아마도 행복한 가정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글에서처럼 하루종일 혼자 TV를 보는 경우이다. 말할 사람도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는 가족들 사이에서 TV 시청 이외에 할 일도 없고, 낙도 없는 노인들이 실제로 많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라면 TV가 한 사람의 소일거리는 될지 몰라도 가족 관계를 돈독하게 해줄 가능성은 아주 낮아진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정해놓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함께 본다면 문제가 없다. 우리 가족의 경우,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과 나와 두 동생 모두 각자의 생활에 바빠서 식사 시간 외에는 만날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께서 방 안에 있는 우리들을 불러내 함께 보자고 하시는데, 나는 그 시간이 좋다. 텔레비전을 보며 방송 자체에 대해 얘기도 나누지만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일상이나 동생들의 고민도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텔레비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때문에 텔레비전이 가족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은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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