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4일 금요일

한국어 bac 응용문제 소설 편 4.

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2006)


 훌륭한 선장. 어쩌면 그것은 훌륭한 남편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훌륭한 남편이, 아버지가 되는지 알 듯하면서도 번번이 잘 모르듯, 그는 자신이 훌륭한 선장이 되는 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선 잘 잡는 선장? 파도 잘 타는 선장? 풍랑에 겁 안 먹는 선장? 배를 잘 관리하는 선장? 안방에 하루 누워있는 것보다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 열흘 떠 있는 것을 선택하는 선장?
 물론 그는 늘 그랬다. 그 모든 것에서 남들보다 나았다. 그런데 훌륭한 선장은 못된 듯하다. 훌륭한 선장은 끝까지 제 배를 포기하지 않는 이 아닌가.
 "잘 모르겄어.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지."
 "습관이요."
 "그러겄지. 배 타는 것 말고는 하나도 안 해봤으니까."
 "그랬소, 당신은. 늘 바다와 배만 보고 살았소. 그러다 이렇게 된 거요. 인자 여기서 뭘 어떻 게 하겄소?"
 "흐음."
 "사실 옛날부터 이 말이 하고 싶었소이. 그런데 바다와 배를 쳐다보는 당신 눈빛이 불타는 것 같어서 미루고 또 미루었소. 이 배 지을 때, 내 말 안 듣고 빚 얻어 이렇게 크게 지을 때, 그때는 혼자 밤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소. 그런데, 차마 못했소, 내가 먼저 판은 깨지 말아야겠어서."
 "그랬는가?"
 "배 놓을 때도 참았소. 배만 팔리면, 배만 팔리면 빚도 좀 줄어들 테고 그때 말하자, 했었소."
 "그래, 그랬을 것 같네, 고생 너무 시켜 미안하네."
 "지금이 그때요. 인자는 이렇게는 못 살겄소. 난 갈 거요."
 - 중략 -
 "싫소, 그만 갑시다."
 "한 상자는 채워야지."
 "한 상자 채워서 뭐할라고."
 "당신이랑 아그들이랑 묵으라고."
 "내가 고기 잡아달랍디까? 잡아주믄 좋아서 춤이라도 출 줄 알았소?"
 "그래도 잡아노면 누가 묵어도 묵지."
 "이제 새끼들하고 어떡해서든 살 궁리 해봐야 할 판국에 이 고기 한 상자 어딨다 쓰겄소."
 "내가 해줄 것이 뭐 있간디."
 글쎄,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이런 밤, 어찌되었든 그는 이 짓 말고는 할 게 없기는 했다.
 "뭘, 해주고 싶소?"
 "......"
 "그럼 여기 깨끗하게 정리하고 같이 가자니깐."
 "가서 난 뭘 하고."
 "영화 아부지. 당신 아직 안 늙었소."
 "안 늙어서 그래, 뭘 하라고."
 "요즘은 환갑도 너무 젊어 잔치 안 하요이. 근디 인자 오십이요. 당신 근력이믄 육지 가서 뭘
 못 하겄소."
 "나보고 노가다 하라 그 말인가?"
 "나도 당신이 노가다 같은 것 하믄 싫지만, 그렇지만, 노가다라도 해볼 생각을 해야지. 이 섬  에서 뭘로 산다고 미련을 못 버리요. 인자 배도 읎는 사람이."


<문제>

1. 두 인물은 왜 갈등하고 있는가? 





2. 주인공이 훌륭한 선장이 되지 못했다고 한 이유는?





3. 이 소설은 남부 지방의 사투리(지역어)로 쓰여져 정감을 더해준다. 이번에는 밑줄 친 부분을 현대식 표준어로 바꿔보시오.







4. 뒷 이야기를 상상하여 부부의 대화를 완성해 보시오. (4 문장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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