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5일 수요일

한국어 bac 응용문제 소설 편 3.

스타일 

                                                                                                               백영옥(2008)


 나는 아침마다 은영에게 물었다.
 "내 얼굴 어제보다 부어 보여? 바지 너무 꼭 끼는 것 같지 않니? 어쩌지? 살쪘나봐!"
 나의 동거녀는 늘 지겹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랫배 2킬로그램, 허벅지 3킬로그램, 엉덩이 2킬로그램, 도합 7킬로그램 감량해야겠네,라고.
 내 몸무게는 3년째 56킬로그램이다. 3년 동안 나는 55사이즈를 입었다. 사이즈가 66으로 늘어나면 조용히 욕실에 들어가 수건으로 목을 맬지도 모른다. 보통 166센티미터에 56킬로그램의 여자는 비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56킬로그램은 날씬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온 스타일' 채널을 보며 자전거 바퀴를 돌리거나, 스텝퍼 위에서 절대로 내려오지 않는 여자들, 특히 러닝 머신 위에서 생수를 마시며 비지땀을 흘리는 여자들은 절대로 뚱뚱하지 않다. 그들은 비만 극복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에 오는 게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다. 지금보다 조금 더 마르기. 한 마디로 말라 비틀어지기이다. 47킬로그램의 여자는 자신이 45킬로그램의 여자보다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45킬로그램의 여자는 자신이 왜 배우 김민희나 모델 장윤주처럼 가는 다리가 아닌지 탄식한다. 세상에 자신이 충분히 말랐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없다. 도시 여자들의 대부분은 '나는 너무 뚱뚱해'라는 이름의 집단 정신병에 걸려 있다.
 마르지 않으면 비난 받는 패션계에서 10여 년을 일하는 동안 내게 남은 것 또한 뚱뚱한 내 몸에 대한 저주이다. 이 시대의 디자이너들은 악마다. 그리고 나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천사가 아니다. 그냥 평범하고 속물적인 여자일 뿐이다.
 에디 슬리먼! 21세기의 기념비적인 이 남성복 디자이너는 인간 신체가 어디까지 쪼그라들 수 있는지를 실험한 위대한 형태학자이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모스나 기네스 펠트로처럼 병적으로 마른 21세기형 소수 우량족들만 소화할 수 있는 '슈퍼 스키니'라는 새로운 패션 장르를 개발해, 모든 남자들과 여자들을 다이어트 강박증 환자로 만든 세계적인 고문 기술자이기도 하다.
 그는 '다이어트교'라는 신흥종교의 교주이며, 80년대 펑키와 로맨티시즘 시대의 미술품 애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아티스트의 위대한 점은 자신의 룰을 본인에게도 엄격히 적용했다는 것에 있다. 에디 슬리먼은 분유만 먹는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애호하는 뼈만 남은 시체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안구가 쏟아져 나올 듯 퀭한 눈, 푸욱 팬 볼, 이쑤시개 같은 몸.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가느다란 손가락은 자신의 옷을 완성시켜줄 뮤즈를 향해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데이비드 보위 같은 80년대 록 스타풍의 말라깽이들과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을 향해서 말이다.
 중요한 건 골다공증, 소화불량, 거식증, 만성두통 같은 현대병을 백 개 정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그의 몸을 해체했다 다시 조합하면 그게 병적일 정도로 퇴폐적이고 멋져 보인다는 사실이다.(패션 잡지들은 그렇다고 설교한다.)
 에디 슬리먼의 옷을 입은 남자 모델들을 보면 황홀하다. 영화배우 강동원은 얼마나 멋진가. 이번 달 화보를 장식한 그의 옷들, 특히 가느다란 팔과 다리에 피부처럼 달라붙어 있는 그 옷들은 모두 에디 슬리먼의 작품이다. 말라 비틀어져서라도 그 옷을 입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건 어찌 되었든 그가 만든 옷이 멋지기 때문이다.
 에디 슬리먼의 옷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한다. 니콜 키드먼 역시 그가 만든 셔츠를 즐겨 입었고, 동종업계의 경쟁자인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는 음식을 조절하며 몸무게를 무려 42킬로그램이나 뺐다. 라거펠트는 살리에르처럼 모차르트를 질투하다 머리가 돌아버리는 대신, 젊고 시니컬한 패션 천재를 사랑하는 쪽을 택했다. 살도 빼고, 예쁜 옷도 입고, 정말 영리하다.
 에디 슬리먼이 만든 옷을 입겠다고 나선 사람은 내 주변에도 많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남자가 아니라)'는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남자들은 굶기 시작했고, 모델들은 죽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이 경쟁적으로 작은 옷들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패션계 전체가 각성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그가 만든 옷을 입겠다고 손을 번쩍 든 사람들의 숫자는 수도 없이 많다.

<문제>

1. 화자가 다이어트를 종교에 비유한 이유는 무엇인가?




2. 현대 사회에서 '뚱뚱하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쓰시오. 




3. 에디 슬리먼이 만든 옷이 맞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옷을 입기 위하여 지방흡입 수술을 받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지 자유롭게 쓰시오. 






4.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여러분 각자의 생각을 적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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