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냉장고의 전생는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1985년 5월 벨기에의 브뤼셀이다. 리버풀과 유벤투스의 유럽 챔피언리그 결승전. 흥분한 영국 응원단이 이탈리아 응원석을 향해 돌진한다. 담장이 무너진다. 서른아홉 명이 깔려 죽는다. 이 남자는 그 속에 있었다.
제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하늘나라였다. 어이가 없군. 당연히, 걷잡을 수 없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열을 식힐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해. 난 그게 필요해. 그런 그에게 신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 그럼 냉장고 같은 것 어떨까? 과연! 그는 무릎을 쳤다. 그거 보람찬 삶이겠는걸. 그런 이유로, 한때 리버풀을 사랑했던 이 남자는 냉장고로 태어났다. 그리고 굴러굴러 나의 소유가 되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 나는 이 남자와의 첫날밤을 기억하고는 한다. 지극히 고통스러운 밤이었다. 처음엔 시끄럽다고만 여겼는데, 저러다 폭발하는 게 아닐까? 급기야 두려워져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우웅 우웅. 한 채의 공장이 내뿜을 만한 소음을 한 대의 냉장고가 내뿜고 있는 광경은 - 가관이라면 가관이고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조심조심 귀를 대보니 마그마와도 같은 것이 그 속을 맹렬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당장 코드를 뽑아버렸다. 여섯 개의 맥주캔과 거대한 김치통, 저녁에 먹다 넣어둔 호두아이스크림이 그 속에 들어 있었다. 찌는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어떻게 이 따위 걸 팔 생각을 했지? 무너진 담장에 깔려죽은 이탈리아인처럼, 나는 분하고 억울했다. 당장 그 망할 놈의 중고가전상을 찾아가 셔터를 박살내버리고 싶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녹기 전에, 호두아이스크림을 먹어치우는 일이었다. 잠을 설친 탓에, 또 호두 냄새가 심한 설사까지 겹쳐 다음날 오후나 되어서야 그 중고가전상을 찾아갈 수 있었다. 굳게 닫힌 셔터 위에는 <내부수리중>이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방으로 들어오니 이미 은은한 김치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져 있었다. 될 대로 되라지. 그 시큼한 냄새에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그만 코드를 꽂아버렸다. 우웅. 훌리건들이 들이닥치는 듯한 맹렬한 소음이, 다시금 건물의 담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하필,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 몹시도 불운했던 나의 전생이 눈앞을 스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유벤투스를 응원하다 졸지에 변을 당한 불쌍한 이탈리아인이었을지도 모른다.
EPREUVE FACULTATIVE
BACCALAUREATS GENERAL ET THCHNOLOGIQUE - TOUTES SERIES
DUREE : 2 HEURES
Questions : 15 points
Compréhension
1. 맞는지 틀리는지 말하십시오. 그 근거가 되는 부분을 본문에서 찾아 인용하십시오.
a. 화자는 냉장고를 여름에 샀다.
b. 화자가 산 냉장고는 새 냉장고였다.
c. 화자는 축구선수이다.
2. “제 정신이”(6행)부터 “태어났다”(10행)까지에는 인물들이 한 말이 따옴표(“ ”) 없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그 인물들은 누구누구이며 각각 어떤 말을 했는지 대화형으로 써 보십시오.
3. 냉장고 속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4. 화자는 냉장고를 산 가게에 왜 바로 다시 찾아가지 않았습니까?
Expression personnelle
5. 여러분이 화자라면 이 냉장고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Traduction : 5 points
밑줄 친 부분을 불어로 번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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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예시답안(불어 번역 문제 제외)입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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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예시답안(불어 번역 문제 제외)입니다. 참고하세요.
1. a- 맞음. “찌는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2. b- 틀림. “당장 그 망할 놈의 중고가전상을 찾아가 셔터를 박살내 버리고 싶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3. c- 틀림. “어쩌면 나는, 유벤투스를 응원하다 졸지에 변을 당한 불쌍한 이탈리아인이었을지도 모른다.”
2. 이 남자(현 냉장고) : 어이가 없군. 열을 식힐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해. 난 그게 필요해.
신 : 그럼 냉장고 같은 것 어떨까?
이 남자(현 냉장고) : 과연! 그거 보람찬 삶이겠는걸.
3. 여섯 개의 맥주캔과 큰 김치통, 먹다 남은 호두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었다.
4. 일단 호두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먹어야 했고, 그 후 화자는 설사병에 걸려 곧바로 중고가전상을 찾아갈 수 없었다.
5. 미련 없이 버리고, 새 냉장고를 구입할 것이다. 물론 고쳐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한여름에 냉장고 없이 산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단 하루라도 괴로울 것 같다. 이미 나는 고장 난 냉장고 때문에 고생할 만큼 했다. 경제적으로 생각해도 새 냉장고를 구입하는 것이 큰 손실이라고는 볼 수 없다. 성능이 신통치 않은 중고 냉장고를 다시 고치는 데도 수리비가 들 것이고, 한 번 고장 난 냉장고는 또 고장 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화자라면 이 기회에 새 냉장고로 바꾸고, 고장 난 중고 냉장고는 차후에 중고가전상을 만나 환불받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겠다.
tip : 5번의 경우, 여러 가지 답안이 가능합니다. 중고 냉장고를 수리해서 다시 사용할 수도 있고, 주변에 냉장고가 두 개인 집이 있다면 얻어서 쓸 수도 있고요. 중고가전상을 만나 환불받은 다음, 새 냉장고를 사는 데 보태 쓸 수도 있지요. 그조차도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면 고장난 냉장고는 과감하게 버리고, 당장 새 냉장고를 구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무방해요. 단, 답안을 작성하실 때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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